전철을 기다려 본 적 있나요?
그건 아마도 어딜 가거나 돌아오는 길이었겠죠.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오리라는 기다림,
그런 기대로 서서, 앉아서, 난간에 기대어 기다립니다.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끼이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열차는 멈추고,
내가, 그리고 당신이 떠납니다.
같이 떠나는 길은 즐겁습니다.
마주한 당신이 있고, 나눌 이야기가 있고, 갈 곳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곁에 서서, 옆에 앉아서, 내 대단하지 않은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웃습니다. 나도 웃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우리들의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 어느새 도착해 버립니다.
내겐 이 시간이 찰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 시계는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당신이 떠납니다.
아침의 당신은 전철을 타러가는 일상속을 이리저리 피하며 바삐 걸음을 움직입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날 보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피곤해 보입니다. 앉자마자 눈꺼풀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맨 끝자리에 앉아 난간에 기댑니다.
난 피곤해 졸고있는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웃습니다.
손가락을 기대어 봅니다. 하지만 당신은 난간을 더 좋아합니다.
언젠가는 난간보다 내 어깨를 좋아할 날이 올까요?
문자가 옵니다. 아마 당신을 아끼는 누군가가 보내는 문자겠죠.
이내 열어보고 당신은 졸린눈을 비비고 답문을 쓰고 있습니다.
아, 그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당신은 급히 가방을 챙기고 머리를 매만지며 걸어갑니다.
나도 내립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봅니다.
아, 답문이 도착했네요.
당신의 답문은 꽤 무뚝뚝합니다.
또 문자를 보냅니다. 이번에 온 답장은 약간의 어리광이 보입니다.
그런 당신이 날 웃음짓게 합니다.
그렇게 난 전철역에 서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는 금새 또 지려합니다.
당신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내려옵니다.
달려가 들어주고 싶은데, 당신은 날 보지 못하고 혼자 서서 전철을 기다립니다.
푸.....쉬.....익....
문이 열리고 당신과 난 또 같이 탑니다.
심심해 보입니다.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앞에 섰습니다.
나는 놀리기도 하고 얼레기도 하며 즐겁게 웃습니다.
당신은 보지 못했지만 피식 웃습니다.
"다음 역은 부평, 부평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당신이 내립니다. 나도 따라 내립니다.
그렇게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때까지 보고 있습니다.
나는 차마 부를 수 없습니다.
부를 용기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오.
내일 아침 당신이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워서입니다.
그저 원래 있었던 역사의 벤치처럼, 자판기처럼,
그렇게 내일 아침 또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당신이 날 볼 수 있을 즈음이 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아침 전철 안에서 내 어깨에 기대어,
저녁 전철 안에서 무거운 짐을 내게 건네주며,
서로의 일상을 같이하며 떠나는 길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좀 더 밝게 웃을수 있게. 또 내가 웃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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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내일 아침 당신과의 약속을 위해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